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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머니
    잡설 2020. 10. 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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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가 할머니 기일이었다.

    1984년 가을에 돌아가셨으니 벌써 36년이 흘렀고 나도 그만큼 나이가 들었다.

    평소에도 기일에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만 드렸는데 올해는 코로나 핑계로 집안 행사를 잊고 지냈더니 기일에 연락도 못 드렸다.

     

    어려서 누나 문제로 온 집안이 나를 돌볼 수 없어 할머니가 키워줬다.

     

    지금도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부모님에 따뜻한 정이 생각나는 게 아니라 할머니에 대한 강렬한 애착만 기억에 한 조각으로 남아있다.

     

    할머니가 세상에 모두였고 어딜 가든 꼭 붙어 떨어지지 않아 요즘 말로 껌딱지였다.

     

    엄마 역할을 할머니가 해주면서 할머니와 어머니 간에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부모님과 데면데면한 기억만 있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편리해지고 좋아져 몸이 편해졌는데도 애 키우기 힘들다 하는데 그 시절 깡촌에서 서울까지 사방팔방 나를 데리고 어려운 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를 생각하니 사람은 아니 나란 놈은 고마움을 모르는 거 같다.

     

    지금 그 나이 때의 아들을 키우며 속 터지는 상황이 여러 번인데 나로 인해 얼마나 힘들어셨을지...

     

    말년엔 암으로 인해 몸도 안 좋으시고 불편하셨다는데

    늦게 둔 손자라는 이유로 모든 고통을 감내하셨을 텐데

     

    나는 기억을 못했다 잊었다 못한다

    죄송해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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