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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람과 존경의 삶.(2008)
    아버지 2020. 10. 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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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Pixabay (bukejiuyao)

     

    근년 우리 고장에 한국 문단에 거장이신 강범우 교수님이 오셔서 거주하신다.

    나는 교수님이 사시는 곳에 가까이 살면서도 교수님 댁에 한번 찾아간다고 벼르기만 하고 여러 사정으로 그동안 한 번도 찾아가 보지 못했었다.

    그러다 모시고 갈데가 있어 어느 날 오후 늦게 처음으로 살고 계신 곳을 찾았다. 

    집을 몰라 사람들에게 물으려 하는데 마침 나에게 길을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아는 대로 가리켜 주고 나도 강교수님댁을 찾으려 하는데 사람이 안 보인다고 했더니, 반색을 하며 우리가 지금 교수님 댁에서 오는 중이라고 자세히
    가르쳐 주어 쉽게 찾아갔다.

    교수님 댁엔 지금 다녀간 분들 말고도 아직도 남아 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오늘도 여러 분들이 찾아 오셨었다고 한다. 이분들 거의 모두는 선생님에게 좋은 말씀을 듣고 배우고져 또는 찾아뵙는 것이 스스로가 좋아서 이거나 선생님의 안부를 여쭈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나는 여기에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논어(論語) 첫 장인 학이편(學而篇) 첫 번째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子曰,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人不知而不慍이면 不亦君子乎아' 였다.

    해석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이런 맥락의 해석을 한 학자들의 의견을 따른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학문에 전념하며 때에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않은가.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않은가, 사람들이 알아
    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이다.

    이 말은 보통 흔히 쉽게 해석하여 공자가 공부하실 때, 때때로 배우고 익히니 기쁘다거나,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니 즐겁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이것은 공자님의 말년 완성된 학문과 인격으로 때에 맞추어 익히시니 스스로 기쁘고, 공자님을 존경하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배우려는 자들에게 대화를 나누고 가르쳐 주는데서 느끼는 즐거움을 말하며 보통의 사람들이야 알아주던 말던 관계할 것 없이 자족하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라는 뜻이라고 믿는다.

    이것이야말로 학문과 수신으로 평생을 살으신 분의 참다운 모습이 아니겠는가?

    바로 오늘 본, 강교수님의 사시는 모습이 논어의 첫 장이 말하는 그 모습 그대로이다.

    교수님은 지금 80이 넘으신 노령이신데도 매우 건강하시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소박한 모습으로 사시며 가끔 강의에 나가시는 것 말고는 수많은 책들이 쌓인 서재에 묻혀 손님들을 맞으시고, 정열적으로 금옥 낭간을 토하시는 모습에서 가슴 떨리는 부러움과 존경을 드린다.

    사람들의 삶을 말할 때, 종교적으로 경지에 이른 분들은 논외로 하드라도, 학문이나 권좌 또는 재력등 다양하게 고지에 이른 삶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서 부러움만의 삶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 되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보다 자족하는 즐거움이란, 더 누리지 못하고 갖지 못해 애태우는 삶으론 이해치 못하리라. 

    비록 有朋이 自遠方來케 살지는 못하더라도 학문에 뜻을 놓지 않고, 때에 맞추어 익히며 그것을 기뻐하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족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또다시 무엇을 바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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