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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부제 : 모르는 일이다.)
    아버지 2020. 10. 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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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다.

    매번 추석 이후 돌아오는 생신이다 보니 제대로 챙긴 적이 없어 죄스럽다.

     

    아버지 글 중 삶에 대해 적으신 글을 찾아 올린다.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

     

    모를 일이다
    작렬했던 태양은
    식어가는 불덩이가 되어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세상은 금방 어둠의 장막에 쌓였고
    지나온 길도 자욱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내 의식 속에 금방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있다는 것은 무엇이고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를 일이다
    나는 조금 전 태양의 죽음을 보았다
    바다에 빠지는 것을 분명 보았다
    그러나 태양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보았다는 것이 얼마나 믿을 것이 못 되는가
    죽지 않는 이유를 안다 하자
    내가 안다는 것은 무엇을 얼만큼 안단 말인가
    안다는 것은 무엇이고 모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를 일이다

    흔히들 과학을 말하지만
    점은 선의 복합이고 선은 점의 복합이라던가
    계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일까
    아까는 지금이 아니고 내일은 오늘이 아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아닌 공간으로 보면 이 또한 거짓이다
    진실이란 무엇이고 거짓이란 무엇일까
    모를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본 대로 들은 대로 안다고 한다
    역사의 인식도 그렇고
    종교 사상 철학도 신념과 지식도 다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진실일까
    보는 위치를 바꾸고 인식을 바꾸면
    지금까지의 진실이 거짓이 된다
    모를 일이다 모를 일이다...

     

    아버지 한시(生)
    아버지 한시(死)
    생의시작(子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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